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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 않아 (2020) 영화 리뷰

by Dohun Kim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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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 않아 (2020) – 동물탈 쓴 현실의 웃픈 진실

해치지 않아 (2020)

🐯 누구나 한 번쯤 꾸며봤던 '정상적인 척'의 웃픈 경험

우리 모두는 살아가며 한 번쯤 ‘있는 척’, ‘괜찮은 척’, 혹은 ‘전문가인 척’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회사 면접에서, 첫 데이트에서, 혹은 어른스러운 척을 해야 했던 어린 시절까지. 현실은 다르지만 “해치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하며 버텨야 했던 우리.

영화 해치지 않아(2020)는 바로 그 ‘척’의 미학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문 닫기 직전의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동물탈을 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거짓말’.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서 현실의 자화상을 웃으며 들여다보게 합니다.

🎬 줄거리 요약 – 망해가는 동물원에 던져진 기묘한 미션

주인공 태수(안재홍)는 로펌 인턴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평범한 청년입니다. 그에게 이상한 제안이 하나 들어옵니다. 폐업 위기의 ‘동산 파크’라는 동물원을 인수한 로펌 사장이 그를 동물원장으로 임명한 것이죠. 문제는 이 동물원에 동물이 한 마리도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원을 되살려야 한다는 미션 하에 태수와 직원들은 고민 끝에 ‘사람이 동물탈을 쓰고 동물이 된 척’ 하는 극단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깁니다. 놀랍게도 이 가짜 동물원은 SNS에서 화제가 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평범했던 사람들도 각자 ‘동물’로서 역할에 몰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와 갈등이 찾아오면서 이들의 ‘척하는 삶’은 진짜 현실과 맞부딪히기 시작합니다.

🧑‍🤝‍🧑 인물 분석 – 탈 속의 진심을 마주한 사람들

태수 (안재홍 분)

처음엔 로펌 정직원 전환을 위해 시키는 대로 하던 태수는 점차 동물원 사람들의 따뜻함과 진심을 느끼며 진짜 ‘주인장’으로 거듭납니다. 현실적인 야망과 인간적인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해경 (강소라 분)

사육사 출신의 해경은 동물과 진정한 교감이 가능한 인물입니다. 처음엔 사람의 탈을 쓴 동물원이라는 발상에 반발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도 진짜 동물과 인간을 잇는 다리가 되죠. 그녀는 진정성이 어떤 ‘가짜’보다 더 진짜 같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동물원 식구들 (박영규, 전여빈, 김성오 등)

사슴, 고릴라, 사자, 북극곰으로 분장해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은 단순한 조연이 아닙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는 존재들이고, 이탈해도 이상하지 않을 평범한 사람들이 ‘연기’ 속에서 살아가는 상징이 됩니다.

🎭 배우들의 해석 – '몸으로 웃기되 마음으로 감동 준다'

안재홍은 특유의 어눌하지만 정감 가는 캐릭터를 통해 태수의 변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처음엔 어정쩡하지만 점점 책임감 있는 리더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강소라는 차분하지만 단단한 내면을 가진 해경 역을 잘 소화해냈으며, 전여빈과 김성오 등 조연 배우들은 동물탈 속에서도 눈빛과 몸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해 내는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사슴 분장을 한 전여빈의 씁쓸한 눈빛 연기는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울림을 줍니다.

💬 감상평 – '진짜 같은 가짜'가 말하는 진짜 이야기

해치지 않아는 단순한 웃음만 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척’이라는 역할을 받아들이는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진짜 감정을 지켜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동물탈을 쓴 사람들의 활약은 우스꽝스럽지만, 오히려 그 가짜 설정 속에서 진짜 감정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사실 우리는 매일 어떤 역할을 연기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또한 SNS, 미디어 마케팅이 만들어낸 ‘가짜 인기’에 대한 풍자도 유쾌하게 녹아 있어, 단순한 휴먼 코미디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결론 – “진짜가 뭔지 아는 당신은 이미 해치지 않는다”

해치지 않아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은유입니다. ‘진짜’란 무엇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탈을 쓴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우리와 닮아 있어 더 웃기고, 더 아프고, 더 따뜻합니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소소하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끝내 이 동물원이 폐업을 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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